용사물 특집(1/10) 하멜룬의 바이올린 연주자 만화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속편은 덤.

1. 스토리
5백년전 봉인되었던 마왕군이 부활하고 이에 따라 다시금 인류는 마족에 의하여 학살과 고문을 당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런 와중에 용자들이 나타나고 그 중 마법적 음악인 마곡을 통해 마족을 쓰러트리는 하멜의 모습이 있었다. 하멜은 시골에서 마족의 위협을 받는 플루트 소녀를 구하지만 이내 인신매매를 시도한다! 그러던 와중에 옛친구인 라이엘, 멸망한 왕국의 왕자 트론등과 합류하여 마족을 쓰러트리고 세계를 구하기 위하여 마족의 본거지 하멜룬을 향한다.

2. 썰
용자가 전혀 용자답지 않은 것으로 사람을 구하고 태연히 억대 요금을 청구한다든가, 히로인을 잡아다가 수명을 깎아먹는 기술을 써서 탱킹을 시킨다든가 하는 묘한 전개로 사람 여럿 뒷목을 잡게 만든 물건. 다만 그런 개그스러운 기행에도 설정이 붙어 있다. 예를 들어서 이 작품에서는 개그라는 명목으로 온갖 막장 상황이 연출되는데 냉정하게 그 전개와 설정을 검토해보면 실제로는 개그신이라고해도 본편과 완벽하게 동기화되어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개그하고는 별도로 본편의 설정은 대단히 심각하기 그지없다. 동세대의 다른 용자물로는 다이의 대모험, 로토의 문장등이 있는데 내용이 암울하기로는 이 둘을 합친 것보다 더 하다. 실제로 다이의 대모험 종반에서 버언이 다이에게 어차피 넌 인간을 구해도 인간에게 괴물취급이나 받을 거라는 말을 하고 다이 역시 그렇게 된다면 인간계를 떠나겠다고하여, 그 복선으로 용의 기사에 대한 박해와 인류가 다이에 대해 느끼는 위협이 묘사된 바가 있는데 이 하멜룬의 바이올린 연주자는 바로 용자인 주인공이 인류에게 박해받은 다음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개그로 보이는 주인공의 기행 역시 그 근원은 인류에게서 박해당한 것에 기인하는 PTSD가 원인일 정도.

3. 개그
대부분의 작품이 개그니까, 하는 식으로 대충대충 넘어가려는 것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개그신에서 오히려 더 중요한 설정이 나오기도 한다. 히로인인 플루트는 하멜에 의하여 조종당할 떄마다 수명이 줄어든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개그로 처리되었지만 본편의 성향을 고려할 때 실제로 수명이 깎였을 것이다. 이 때문에 원래 장수족이라는 설정까지 붙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개그신이라고해서 웃어넘기긴 힘들며, 그 때문에 초 심각한 장면에서도 시도때도 없이 개그가 튀어나와 사람들의 짜증을 유발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 때문에 독한 웃음기에 강한 사람이라도 진지병에 걸려 있으면 내던지고 말 물건으로 이 작품의 인지도 향상에 독이 되었다. 사실 개그 만화로서 보면 당시에는 이미 유행하는 개그 코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며 이 때문에 개그만화로서의 평가는 높지 않다. 더구나 전후에 들어가는 시리어스 장면을 고려하면 웃을 기분이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며, 용자물로 치면 이미 업계 레젠드인 구루구루가 있는 판이기도 하니.

4. 시리어스
용자물 중에서도 최상위권. 대마왕 케스트라는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심지어 마왕의 친자식인 하멜, 사이저가 잠재능력을 최대한도로 이끌어낸 상태에서도 전혀 공격이 통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실제로 케스트라는 이 세상에 생물이 있는 건 그냥 자기가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호언하며 마인 부우에 가까운 수준의 학살을 저지르기도 한다. 케스트라가 정말로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했으면 그럴 수도 있을 정도였으며 어떻게 날고 기어봐야 도저히 케스트라한테는 못이긴다.

실제로도 전세계를 상대로 싸워도 케스트라의 압승이기에 케스트라의 말이 맞는 셈이다. 이름부터가 다른 등장인물들은 드럼, 기타, 베이스, 사이저, 플루트등으로 악기인 반면 케스트라는 (오)케스트라다. 이런 작명법칙에서 예외인 것은 케스트라를 제외하면 작품내에서도 주인공 하멜, 보컬정도로 모두 조커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존재들이다.

그런 세계관인 듯 인간은 마족들의 장난감 겸 먹이 정도로 치부되며 실제로 세계관내에서의 대접도 그렇다. 최강의 인류조차 마족의 수위권의 강자한테는 절대로 못이긴다. 본편상에서의 마족들은 강자일 수록 자신들의 수명을 신경써서 항상 파워를 억제하고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못이긴다. 레귤러진 역시 하멜과 사이저는 대마왕의 혈족이며 실제로 전투력으로 기대되는 친구들은 얘들이 고작. 라이엘은 나름 활약하나 고작해야 사천왕 최약체인 드럼전에서 약간 활약한 정도였다.

그 하멜 역시 풀파워 상태에서는 갖은 풀파워인 보컬에게는 못이겼다. 대체로 이런 수준. 마족의 강자>인류의 강자>보통 마족>인류의 전투원. 즉, 순혈인간에게는 명확하게 강해질 수 있는 한계가 정해져 있으며 그것을 넘을 수 없다. 마족이 그렇게 강한 이유는 자신들의 수명을 써서 파워를 내기 때문인 것 같다. 강한 힘을 가진 대신 힘을 끌어낼 수록 한계가 앞당겨져서 최종적으로는 부스러져 죽는다. 마족들이 폭군인 케스트라를 섬기는 것 역시 케스트라는 마족들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케스트라가 없는 경우, 마족 역시 수명을 신경써서 힘을 억제할 수 밖에 없기에 어느 정도 인류측과 실질전력이 맞는 셈. 또한 인류는 마력에 대항하여 법력을 지니거나 정령과 계약을 맺거나 과학을 발전시키는 등의 형태로 마족에 맞섰던 것 같다.

그런 설정이라 어느 정도 파워 밸런스정도는 맞았던 것 같지만 케스트라의 존재가 문제였다. 마침내 신이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올려 천사인 올린을 파견하여 케스트라를 봉인시켰을 정도. 거꾸로 말하면 케스트라가 있으면 마족들은 항상 한계까지 힘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치트 모드가 된다. 그러지 않아도 인류의 힘으로는 힘을 억누른 마족조차 감당이 안되어 몇몇 대국을 제외한 소국은 항상 멸망의 위치에 처해있는 상황으로 그 인류역시 인류끼리의 반목, 노예제의 존재암시등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좋은 상황은 아니다. 실제로도 용자물 중에서도 인류가 가장 저열하게 묘사된 작품 중에 하나로 이 만화에서 인류는 딱히 마족에게서 구원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종족은 아닌 것으로 묘사된다. 몇몇 인물들이 성인군자스러워서 그렇지, 종족 자체로 보면 마족보다 나을 것도 없다.

실제로 케스트라가 자기 아들인 하멜을 잘키우기 위하여 선택한 육아방법이 바로 인간 속에 방치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하멜은 극단적인 정신적인 고통을 받아 마력이 극대화될 것이기 떄문. 마족의 힘의 근원이 바로 증오나 슬픔같은 부정적 감정이라는 설정은 당시에도 진부했으나 그걸 이렇게 효과적으로 사용한 작품은 공전절후.

그런 설정과 전개의 작품이라 대개의 인간들은 죽거나 학대된다. 신의 힘이 닿지 않아 마족들의 수명이 늦게 온다는 북쪽의 도시 하멜룬은 마족의 근거로 인간목장이 운영된다. 다른 곳에서도 인간을 먹이겸 노예로 사역하는 광경은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하등한 마족은 심지어 자본주의사회에 한 몫 끼어들기도 한다.

그리하여 인류측의 주인공은 인류에게 핍박받고 마족에게 공격당하는 전개가 반복된다. 전시상황이라 다들 멀쩡한 가족구성인 인물이 없다. 심지어 하멜의 절친인 라이엘의 경우, 그 가족을 죽인 게 바로 하멜이며, 하멜의 여동생인 사이저는 마족에게 납치, 세뇌교육을 받고 인간을 도륙하면서 살았고 이건 케스트라의 육아방침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양부모가 멀쩡히 살아있는 사례가 더 드물 정도이며 살아있는 자들은 죽거나 맞거나하며 죽은 자들은 마법을 통해 끌려나와 고통받을 팔자다. 하멜이 마족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받아들여준 소국은 그 직후에 전국민 몰살이 이루어졌으며 트롬의 부모는 사후에도 수차례에 마법으로 혼이 끌려나와 아들을 괴롭히는데 이용되며 그 시체까지 활용된다.

그렇듯, 대부분의 용자물에서는 설정은 있어도 묘사되지 않는 부분이나 의도적으로 묘사를 피한 부분까지 묘사되는 작품이다. 사실 작품으로서의 전반적인 질이 높지 않은 이 물건이 인기작이 된 요인도 그거. 정통파로는 이미 DQ기반인 로토의 문장이나 타이의 대모험이 있었다.

5. 평가
그런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시대를 반영한 작품이었다. 그거 까놓고 말해서 손놓고 칭찬해줄 만한 작품은 아니다. 적들이 일장연설을 늘어놓으며 아군을 샌드백으로 삼는 동안 다른 놈들은 두 손 놓고 그거 지켜보면서 적의 연설을 침착하게 들어주는 전개가 무한반복되는 물건이라고!

당연하지만 마왕과 천사의 혼혈, 인간의 마음에 눈떠 마족을 배신한 아웃사이더 마족, 대마왕에게 반역하여 수감된 대마왕이외에는 감당이 안되는 마족의 반역자같은 전투적인 설정이 전반적으로 넘치는 반면 전투신의 묘사는 개판이며 그림이 떡을 져서 알기도 힘들다. 마족의 정점인 마계군왕을 능가하는 실력을 지녔음에도 종족을 안가리는 박애주의적 쾌락살인마라 봉인된 보컬전의 경우 역시 보컬의 패배원인은 자멸이었는데 그 자멸은 딱히 누군가에게 유도된 것도 아니라 그냥 보컬이 아무 생각없이 힘을 써댄 결과였다. 하멜의 여동생이자 군왕 중에서도 실력자였던 사이저를 농락하고 히로인인데다가 전투능력도 없는 플루트에게 폭력을 구사하는 등의 소위 악의 카리스마적 위치의 캐릭터가 그 모양이다. 마족의 넘버2인 베이스 역시 방심이 원인이 되어 어이없이 털렸고 기타 역시 그 죽음은 개그로 처리되었을 정도며, 그 정도로 죽게 된 것은 케스트라가 적당히 에너지 드레인을 치다가 말았기 때문이며 드럼의 경우에도 제일 먼저 죽는 사천왕은 최약체의 법칙이 적용되었다. 지멋대로 굴지만 않으면 군왕급이라는 평가였던 오르골 역시 농간이나 부리다가 손쉽게 맞아죽어 도대체 군왕급이라는 수식의 가치를 낮추는데 일조했다. 결국 싸워서 패배한 것은 드럼 정도가 고작.

이렇게 설정만 거창하고 정작 전투의 재미가 없는 것은 로토의 문장 역시 마찬가지이긴 하다. 로토의 문장의 경우 작품의 클라이막스가 중반을 넘어서는 시점의 수왕전으로 인류측의 배신, 인류측의 개심, 아군의 희생, 새로운 아군의 등장과 각성, 신필살기의 등장, 적의 변신같은 요소가 뒤섞여 있었다. 그런데 수왕전에서 정점을 찍은 이후에는 라이벌의 등장같은 전개가 나와서 이야기가 가경으로 들어가야 되는데 오히려 지팡구니 뭐니 하는 쪽으로 산으로 빠진다. 지팡구 관련은 원작에도 있는 부분이나 작품의 전체 길이를 볼 때 지팡구 묘사에 필요이상으로 작가가 힘을 쏟은 건 명확한데 이건 그냥 작가인 후지와라 카무이의 취미였다. 후지와라의 작가의 역량으로서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 그런데 로토의 문장은 수왕전이라도 쓸만했던 반면 이 하멜룬의 바이올린 연주자에서는 그런 것도 없다.

처음부터 적이 압도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주인공측이 뭘해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실상 대부분의 적이 자멸하거나 방심이 원인이 되어 죽었다. 케스트라 역시 하멜이 무슨 수를 써도 못이기고 수명이 올 때까지 힘을 끌어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을 지경이었다. 결국 종특인 에너지 드레인으로 케스트라를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에 성공하여 재봉인했을 정도. 그 후에 케스트라는 멀쩡하게 나오고 사랑이니 신뢰니 하는 개소리가 나오지만 작중에서 이미 그 딴개 씨알도 안먹히는 장면이 여럿 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그냥 하멜이 케스트라의 피를 빨아서 파워 밸런스가 개선되고 아군의 버프까지 받아 천사의 힘에도 각성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로 봐야한다. 만약 케스트라가 놀지 않았으면 애초에 하멜의 힘은 그렇게까지 고조되지도 않았다. 그냥 방심에 진 거에요. 당연하지만 작중에서 주요 적 캐릭터와는 접전자체가 벌어진 적이 없다.

그러니 이 만화는 결국에 등장인물들이 정신고문을 당하는 새디즘적인 작품에 불과하다고 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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